공복친구들을 신청할 때는 나의 몸에 쌓인 좋지 않은 것들을 비우고 싶은 마음 반, 급격히 불어난 살을 빼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본단식을 시작했는데 면으로된 속옷과 잠옷을 입어야 하고 샴푸, 치약, 비누 등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화장품들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니 나의 오랜 생활방식과 소비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루이틀 지나며 숱한 걱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본주의 상술에 현혹되어 살았던 건가. 나의 몸에 집중을 하고 변화를 관찰하면서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침식사는 믹스커피로 때우고 점심은 빨리 먹고 가서 일하고 저녁은 지치고 피곤하니 빨리 먹을수 있는 걸로 배고픔을 달래고는 했었다. 내가 먹었던 것이 나의 몸을 힘들게 했었다는 아주 기본적인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후단식에 먹을 재료들을 준비하면서 내몸에 좋은 재료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좋은 재료를 파는 마켓을 찾아서 가게 되고 제품의 신선도와 원재료를 꼼꼼히 살피는 나를 발견했다. 이전에는 제일 저렴하고 조리가 간단한 것들 위주로 사고 세일할 때 한꺼번에 사서 냉장고에 오래 묵혔다가 버리기 직전에 먹기도 했었다. 퍼머컬처 덕분에 제주에서 정성스럽게 농사를 지은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고 이왕이면 몸에 좋은 음식을 좋은 그릇에 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자기나 유리그릇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찬장 속엔 플라스틱 식기들이 가득. 배달음식의 흔적들만 가득했다. 문득 얼마 전에 본 <플라스틱피플>이라는 다큐가 떠올랐다. 뇌, 태반, 혈액, 변검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걸 보고 충격을 받았었지. 플리스틱 용기부터 멀리해야겠다.
<공복친구들>을 하는 2주간 서로 준비물을 챙겨주고 나누고 중간중간 연락해서 힘들지는 않은지 물아봐주는 친구들이 있어 감동과 따뜻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본단식 2일차에 구역감과 근육통으로 고비가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해주는 공복친구들, 그리고 소란님의 처방이 있었기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
단식하는 동안 나는 그간 눈과 혀가 원하는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과 자본주의가 원하는 대로 따라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나의 건강과 우리 지구의 건강을 위해 바꾸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단식 내내 해왔다. 이 마음 변치 않기를 바라며 마지막을 앞두고 혼자 되내어 본다. 내일부터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