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땅과 바다의 경계가 아직 나뉘지 않았던 시절, 한 마리 늙은 악어가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는 더 이상 먼 바다를 건널 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에서 한 소년을 만났고, 악어는 남은 삶을 온전히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년과 길을 함께하기로 한다. 긴 시간이 흐른 뒤, 악어는 마침내 소년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그러나 너와 앞으로 이곳에 올 사람들을 위해 내 마지막 힘을 쓰겠다.” 악어는 바다 한가운데서 몸을 멈추고, 자신의 몸을 땅으로 바꾸었다. 그의 등은 산이 되고, 갈비뼈는 산맥이 되었으며, 꼬리는 동쪽으로 길게 뻗은 땅이 되었다. 그렇게 하나의 섬이 태어났고, 소년은 그곳에 머물며 살아갔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이 땅을 티모르라 불렀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이 땅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악어의 자손이다. 이 땅은 우리의 조상이다.” - 악어 조상 이야기 (Lafaek Diak) 중 - 동티모르에는 약 16개 이상의 부족이 살고 있고, 하나의 나라 안에 많은 뿌리가 공존한다. 수도 딜리를 벗어나 산과 마을로 들어가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화전과 혼농임업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숲과 밭, 사람과 가축이 분리되지 않은 이 삶의 방식은, 책으로 배워온 퍼머컬처의 원리가 이미 생활 속에 녹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퍼머컬처를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원래 우리가 해 오던 방식”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2002년 독립 이후, “이 땅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퍼마틸은 농민과 청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든 풀뿌리 운동으로 태어났다. 세계화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숨 가빠진 딜리의 풍경과 달리, 지역 곳곳에서는 전통적 지혜와 퍼머컬처가 결합해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퍼머컬처는 이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유스 컨버전스에서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만난 생활기술들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목화솜으로 실을 잣고, 코코넛 찜기를 일상에 활용하며, 자연 재료로 천을 물들이는 과정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문화였다. 그것은 과거를 박제한 재현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지혜였다. 이 여행에서 나는 동티모르를 ‘배운다’기보다, 잠시 악어의 등에 올라타 함께 숨을 고른 느낌을 받았다. 이 경험과 배움은 오는 1월 31일에 열릴 공유회에서 더 천천히, 더 깊게 나누고자 한다. 악어의 몸 위에서 이어진 삶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연결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