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가 컬처여> 제8호 : 다양성이 우리를 구한다! 2025-08-10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5년 8월 10일 발행
 이달의 <퍼머가 컬처여> 
  [제2회 밭두렁생태퀴어컬처축제]
    
# 나의 첫 퀴어축제 준비기
    # 3인3색 축제 참가기
  [퍼머컬처리스트 그리고 요리]
    # 퍼머컬처리스트가 함께한 채식요리대회
  [앞으로의 소식]
    # 제4회 퍼머컬처네트워크대회
    # 까미노학교 기후미식의길 생활 발효 & 양구 순례
    # 2025 퍼머컬처네트워크 하반기 주요 일정
[제2회 밭두렁생태퀴어컬처축제]
나의 첫 퀴어축제 준비기 / 씽씽

모두가 지구멸망을 체감한 혹서의 계절. 그 정점의 여름날, 제2회 밭두렁 생태퀴어컬처축제가 수락텃밭에서 치러졌다. 축제는 반나절이었지만, 이 날을 위해 달려온 준비기간은 족히 두어 달. 온몸에서 폴폴 땀 냄새가 가시질 않았지만, 뒤돌아보면 찬란한 여름이었다.


D-62 : 바람난? 퀴어생태축제를 기획하라

축제가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밭일 전 모임이 잦아졌다. 잠깐 까먹고 살았지만, 퀴어축제의 주최측은 바로 우리! 컨셉부터 프로그램부터 티켓값, 돌보장, 꾸밈존 스타일, 드레스코드, 쿠폰, 신청서 등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다들 몇몇 빼고는 퀴어축제는 처음이라는데, 어째 눈빛들이 범상치 않다. <바람난 퀴어생태축제>라는 컨셉을 잡더니, 돌보장에서 팔겠다고 내놓는 메뉴들은 한술 더 뜬다. 떡볶이는 바람난 떡볶이, 김밥은 누드김밥, 막걸리는 샹그리아… 드레스코드는 무지개다. 

D-56 : 풀학교의 선방! 아카시나무를 털어라

때는 5월, <풀투어&풀그림> 수업차 수락산에 오른 우리는 아카시꽃과 제피잎을 따와 아카시만두를 만들었는데… 난생 처음 맛본 아카시 꽃만두에 취해, 그 향에 취해 다들 눈이 번쩍 뜨이고, 급기야 남은 수업도 마다하고 아카시꽃을 더 따겠다며 다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목표는 하나, 우리 이 아카시만두로 퀴어축제를 점령하자.

내리는 빗줄기에 행여 꽃이 다 떨어질세라 빗속을 뚫고 산으로, 들로 뿔뿔이 흩어지고, 이날 수락산 아카시나무 여럿 털렸다는 후문이. 그렇게 135개의 아카시만두가 <퀴어축제용>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햇빛부엌 냉동고에 쌓이게 되었다. 왠지 떼돈 벌 것 같은 예감.

D-30 : 첫 포스터가 나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걸 깨달은 건 행사 1차 포스터가 공개되면서부터. 한 달 전 신나게 떠들어재켰던 바람난 퀴어생태축제는 ‘생태는 퀴어다’라는 타이틀로 어마무시한 라인업의 축제가 되어 있었다. 국내 ‘최초’일 거라던 놀기대장 소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싱잉볼사운드테라피, 커뮤니티댄스, 보드게임방, 꾸밈존, 다라이워터밤 여기에 비닐하우스나이트는 또 뭔가. 서울숲을 통째로 빌려도 모자를 판. 아니 이걸 진짜 우리 밭에서 한다고? 진짜로?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 무엇보다 주최측 1인이 이몸, 퀴어축제 근처에도 못 가본 촌년이란 말이다.

D-28 : 사전탐방!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오전 비닐하우스나이트 꾸밈 일을 마치고 이어진 방과후 수업. 사전탐방차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찾았다. 각자 땀범벅 몸빼를 벗고 때 빼고 광내서 행사장에서 만나기로 약속. 저 멀리 톱풀꽃과 처빌꽃 등 여름꽃으로 만든 화관을 쓴 퍼머컬처리스트들이 눈에 띈다. 어우~ 역시 남달라! 처음 가본 퀴어축제의 분위기는 평화롭고 경쾌했다. 나는 한 여대의 깃발 아래에서 함께 행진했는데, 바로 앞에 서로의 손에 깍지낀 젊은 연인이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평온하고 행복해보였는지, 적어도 이 행진 공간만큼은 누구에게든 안전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올랐다.

D-4 : 사전교육! 퀴어의 역사

퀴어축제 사전준비 방과후 수업 2탄은 줌 공부모임이었다. 퀴어축제 역사와 퀴어 네이처에 관한 소란의 강의를 듣는 시간. 소시적 또 하나의 문화로 페미니즘을 접한 나에게 작금의 퀴어는 아예 다른 세상이다. 용어는 왜 그리 어려운지, 영 입에 붙질 않는다. 하지만 2시간 남짓 소란의 열띤 강의 덕에 적어도 다양성이 생명의 방식이자 공진화의 방식이며 우리가 준비한 축제의 명제 ‘생태는 퀴어다’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가장자리로부터, 나 같은 엘라이로부터! 다양성이 우리를, 지구를 구할 것이다!

D-1 : 우리... 잘할 수 있을까?

본격 축제 준비를 한지 3주가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 무대와 길을 다지고, 공간을 정비하고 꾸미기 바빴다. 돌보장에서 선보일 수락텃밭 허브들의 위력을 보여줄 비누도 러비의 진휘 아래 워크숍으로 배워가며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이틀은 플랜카드와 안내지도, 푯말을 만들기 바빴다. 각자의 밭 정리도 중요한 일과. 장마가 오기 전 풀을 정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밭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으로 밭에서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 사이 나만큼이나 속이 채워진 양파와 마늘도 수확하고, 호박과 수박 꽃 끝에 매달린 열매에 감탄사가 이어진다. 

D-day : 제3회 밭두렁퀴어생태축제 합시다!

행사 당일, 일찌감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몹시 분주할 것 같았지만 세상은 평화로웠다. 모두가 웃고 있었고, 모두가 행복해했다. 돌보장 먹거리부스를 지켰던 우리는 숲밭에서 오레가노와 펜넬 등을 직접 따와 떡볶이에 뿌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사람들의 눈과 배를 채웠다. 싱잉볼연주와 커뮤니티댄스를 지나 해가 모두 떨어진 뒤 비닐하우스나이트에서 삐까번쩍 EDM이 흘러나오고 나서야 우리의 임무도 끝!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EDM이 끝날까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축제의 밤, 흐르는 EDM 아래 몸을 맡기며 생각했다. 아! 여기가 진짜 천국이구나. 내 생에 최고의 나이트였다. 알록달록 조명 속에 함께 축제를 준비했던 숲밭 동기들의 환희 가득한 얼굴이 물든다.

* 위 사진들 중 일부는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회원소통방 회원님들이 올리신 것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3인 3색 축제 참가기
우리 모두가 퀴어링 중 / 추추

어디선가 개체수가 2개인 채로 군집을 이루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고 ‘변태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연 속 모든 동물들은 자라면 홀로 독립해 살아남거나, 셋 이상의 많은 개체군으로 무리 지어 살아남는 생존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것이 ‘정태’라고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남자 여자가 평생 단둘이 살기로 약속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자꾸 본성을 억누르며 살아간다는 것이 듣기만 해도 갑갑해지곤 했는데 그 이유를 찾게 된 것 같았습니다.

지난 제2회 밭두렁생태퀴어컬처축제는 그런 저의 근본 없는 상식을 다시금 감각하게 해주는 자리였습니다. ‘자연의 다양성은 이미 퀴어링 중’이라는 이 행사의 메인 메시지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매력과 마력과 포스를 내뿜는 사람들, 자기 정체성을 의식의 영역에서 내내 만지작거려 온 사람들, 모두가 홀로 우뚝 서 있어도 그것대로 반짝거릴 것 같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도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오묘한 순간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힘으로 우뚝 서 있을 줄 알면서도 함께 어울렁더울렁하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 두 팔 벌려 다른 이를 껴안고 온기를 나누고 서로의 이마를 짚는 순간은 참으로 황홀합니다.

잔칫날의 프로그램도 퀴어링 중이었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가꾸어진 생태텃밭을 돌며,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빚고, 짓고, 만든 먹을거리며 작품들을 판매하는 장터를 구경하면서, 거스를 것 없는 소리와 울림을 지닌 싱잉볼과 명상하며, 누구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아름다운 몸놀림들, 아무한테도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하우스 속 진짜 하우스뮤직까지. 다양성이라는 말은 정말로 다양성이구나, 가지각색의 모양과 빛깔 소리와 숨결, 온도와 숫자들을 저마다 간직하는 것이구나 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제가 목격한 건, 아무도 손상되지 않고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떤 것도 손상시키지 않고 작물을 길러내는 텃밭과 자신의 어떤 본질도 손상시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살면서 피어오르는 어떤 질문도 묻어 없애지 않고 후후 불어 내서 질문의 본질을 헤아리고 답을 찾아내는 사람들…. 다음 축제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 그러나 덜 불편한 / 모모

머리 위에서 싱잉볼이 넓고 깊게 울린다. '나는 누구지?' 나를 찾아간다. 얼마 후. 배 중심에서 올린 싱잉볼이 몸 전체로 퍼진다. '여긴 어디지?' 그렇다. 나는 인도 맥레오드 간즈가 아니라 의정부 어디 즈음 숲텃밭에 누워 있다. 에어컨 바람 없는 한 여름인데, 시원하고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 투성이인데, 덜 불편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지인이 왜 생태 텃밭에 빠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텃밭이라면 응당 오이, 고추, 상추 등을 수확하는 기쁨이 클 터인데, 만날 풀을 메느라 힘들다면서 웃고 있는지 이해 안 되던 차에 현장 방문이랄까?

어디까지가 텃밭인지, 숲인지 구분하기 힘든 '초록의 길'을 지나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순백의 옷에 잎화관을 머리에 쓴 사람들이다. 축제의 추구미가 더해져서 그럴 거라 짐작하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아름다워 보이는 이상한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분명하다. 꾸밈존은 이 분위기에 쓰윽 스며들기에 좋은 장소였고, 싱잉볼 사운드 연주는 신비로우면서 평화로웠으며, 쑥스러워 지켜보기만 한 무빙 서클은 연대감이 쌓이는 느낌이 들었고, 비닐하우스나이트는 촌빨 날려서 좋았다.

장터에서 떡볶이와 맥주 한 잔을 한 후, 만두 코너를 서성거리다 한 마디 했다. "혹시 만두소에 고기가 들어갔나요?" "모두 여기서 수확한 것들로 만들었고, 저희는 고기를 안 써요." 14년째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살아가면서 항상 질문해야 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비상식이었다. 다음에는 의정부산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리, 생태 밀로 만든 빵,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샌드위치를 기대해봐야 겠다.  

모든 것이 조화로웠던 순간 / 블루

오랜만에 온 수락텃밭이 반가웠다. 더운 날씨에도 초록초록한 모습을 보니 이내 편안해졌다. 화관 쓰고 축제 기분 업! 분주해 보이는 소란샘을 따라다니다 깃발기수를 맡게 되었다. 풍물패 장풍의 가락에 맞춰 깃발 흔들기~ 행진 앞에 서서 수락텃밭 곳곳을 돌아다니며 흔들었다 지축을 흔들고 나는 깃발을 흔들고 더불어 어깨도 흔들흔들~ 이전보다 더운 날씨지만 만물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감사하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마음에 닿은 프로그램은 싱잉볼사운드테라피, 낯선 단어지만 흥미로웠다.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누워서 들어야 좋다고 해서 그늘 아래 몸을 뉘였다. 뜨거웠던 열기도 식어가고 싱잉볼연주소리가 들려오니 저절로 눈이 감긴다. 여러 도구를 이용한 악기의 소리는 낯설면서도 친근했다 자연의 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워서 본 하늘의 구름, 마음 속을 진정시켜 준 소리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의 에너지 그리고 자연,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저녁이 되니 곤충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술 한 잔 하는 것이 축제의 미덕이라 찾은 부스에 큰 곤충들이 가득~ 팅커벨이라 불리는 긴꼬리산누에나방(어쩌면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일지도 모르는), 하늘소, 이름 모르는 나방, 풍뎅이 등 야간곤충탐사를 꿈꿔 왔는데 이렇게 이루어졌다. 곤충에 마음을 빼앗겨 놀다보니 비닐하우스나이트클럽 참여를 하기 전에 가야할 시간이 됐다.

밭 속에 있던 “생태는 퀴어다”라는 문구. 언뜻 낯설게 느껴졌지만 너무나 마음에 든다. 다양함을 아우르는 것이 생태이며, 각자의 색깔이나 모양새가 독특하여 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생태이다. 가만 보면 독특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떤 것은 눈에 익고 어떤 것은 낯설뿐, 이것의 차이이지 다양한 모습의 자연이 좋다. 그래서 혼자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가 너무나 안전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복수의 종을 사랑하는 생명의 연인, 퍼머컬처리스트 덕분이다. 자연 덕분이다.

[퍼머컬처리스트 그리고 요리]
퍼머컬처리스트가 함께한 채식요리대회

지난 7월 18일 저녁,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햇빛부엌’이 특별한 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전환마을협동조합이 주최한 제 2회 채식요리대회가 이 곳에서 열렸기 때문인데요. 비건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한 이 대회에, 퍼머컬처네트워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이 출전했습니다. 바로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준혁님과 허브님, 그리고 의정부 수락 텃밭 퍼머컬처 공동체의 밭장을 맡고 계신 머루콩님입니다.

채식요리대회에 참가자들은 미리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재료로 현장에서 요리를 마무리하고, 심사위원분들과 시식단에게 선보였습니다. 이 대회의 심사위원장은 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 활동가인 소란님이 맡아 주셨어요. 맛, 영양, 플레이팅과 대중성을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 안내가 진행됐죠. 그리고 더불이 이 대회의 특별한 가산점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바로 직접 키운 채소나 지역에서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푸드마일리지를 줄인 요리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었어요.

준혁님은 진한 색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비트 후무스와 두부 샌드위치, 그리고 컬리플라워 후무스와 야채스틱을 선보였어요. 머루콩님은 수락텃밭에서 키운 허브를 듬뿍 넣은 두부마요네즈 부르스게타와 상큼한 양배추 월남쌈으로 시원한 맛을 전했고요. 허브님은 창의력 넘치는 토마토 바질 두부 아이스크림과 감칠맛 넘치는 비건 장어덮밥을 만들었죠. 바로! 허브님의 이 요리가 심사위원들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아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시식단으로 참여한 분들은 참가자들의 요리뿐 아니라, 비건 삼계탕과 더불어 전환마을협동조합에서 준비한 다양한 채식 메뉴를 함께 나누며 저녁 시간을 즐겼는데요. 갓 요리한 채소 냄새와 이를 만끽하는 많은 분들의 즐거움이 어우러진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같이 느껴졌답니다.

퍼머컬처리스트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생명 유지를 위한 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그 이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땅을 건강하게 돌보고, 그 땅에서 자란 먹거리를 먹으며, 그 순환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크고 작은 식탁 위에 펼쳐지는 음식에 지속가능함을 담는 것, 그것이 퍼머컬처리스트들의 밥상이 아닐까 싶어요. 이 대회를 함께 빛내준 준혁님과 허브님의 이야기를 전하며, 다음 채식요리대회에 펼쳐질 식탁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최우수상 수상자 허브님의 비건 장어구이 레시피도 전합니다.


 허브의 비건 장어구이 레시피

① 소스 준비

우리콩간장 3, 맛술 3, 마스코바도 3, 비건 굴소스 1, 물 1, 다진 마늘 ½큰술, 생강즙 ½작은술을 넣고 끓이며 졸입니다. 어성초와 다시마를 갈아 한 스푼 넣으면 바다 향이 더해집니다. (불 끈 후에 넣기)

② 생선살 반죽 식감 내기 (두부+감자 믹스)

손두부를 으깨 물기를 제거한 것과 감자를 갈아 면보로 짠 것을 섞어요. 이 때 전분은 따로 분리해요.

③ 굽기

김 위에 반죽을 얇게 펴고 분리해 놓은 전분에 물을 섞은 전분물을 발라요. 그리고 두부+감자 믹스를 잘 올려서 전 모양으로 만들어 줘요. 팬에 산초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 구울 때, 결 방향에 칼집을 내면 더욱 실감나는 비주얼이 됩니다.

④ 토핑

초생강을 곁들이고, 다진 차이브 또는 쪽파를 송송 뿌려주면 완성! 밥 위에 올리면, 비건 장어덮밥이 완성돼요. 토치로 겉면을 그슬리면 진짜 장어구이 같아요. 물살이가 희생되지 않은 요리, 한번 만들어 보세요!
준혁과 허브의 채식요리대회 참여 후기
Q. 채식요리대회, 어떻게 출전하게 되셨어요?

준혁 지금 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참여 제안을 받아 나오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먼저는 요리대회라는 행사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철채소로 만든 비건요리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하기 때문에 출전하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어떤 음식을 가지고 나오실지 무척 기대되기도 했었는데요. 덕분에 많이 배웠답니다.

허브 단순히 요리를 잘해서, 잘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어요. 이름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허브처럼, 서울로 이사 와서 새로운 환경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데요. 비건이라는 말이 여전히 낯선 이 현실에서, '풀떼기'가 얼마나 맛있고 짜임새 있는 식탁이 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풀을 바라보고 만지고 요리하게 된 건 풀학교에 오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 출전이 조금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풀학교 동기분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용기를 내어 나가게 되었어요.


Q. 대회에서 선보인 메뉴들이 무척 인상깊었는데요. 이 메뉴들을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준혁 은평의 사회적기업인 ‘아빠맘두부‘를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야 했어요. 제가 준비한 메뉴는 비트후무스 두부 패티 오픈샌드위치와 컬리플라워 후무스 두 가지였습니다. 사실은 두부를 으깨고 딜을 넣어, 라비올리 만들어 세이지 비건버터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여 준비하지 못해 조금 아쉽습니다. 비트후무스는 막바지 비트를 활용하여 컬러풀하지만 비트 특유의 풍미는 살아있는 후무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두부패티는 동남아풍 레몬칠리소스로 두껍게 구워냈고요. 후무스가 소스의 역할을 하며 두부와 조화를 이루기를 기대했습니다. 컬리플라워후무스는 콩 없이 오로지 컬리플라워로만 만든 후무스인데요. 조리가 어렵지 않으니 다음 컬리플라워 시즌이 오면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허브 ‘비건 요리도 맛있고, 섬세하고, 누구나 먹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풀의 활용성, 재료, 맛, 창의성… 어느 하나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비건 장어구이 덮밥입니다. 두부에 김을 붙이고 구운 뒤, 간장 베이스의 깊고 짭짤한 올려 속세의 맛을 재현해봤어요. 단순한 모방이 아닌, 비건 요리와 허브가 내는 시너지와 정체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게 정말 채식이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순간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Q. 대회에 나간 소감은 어떠셨어요?

준혁 많이 떨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떨리더라고요. 놀랐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건 잘한 것 같습니다. 시식단 분들 몫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걸 몰라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마지막에 만든 음식은 다소 마음에 들진 않았어요. 다음에 출전한다면 좀 더 잘 준비하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나 우승자인 허브님의 수상소감이에요. 노력하는 자이자 즐기는 자인 허브님의 진심어린 소감을 들으니 저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할까요. 열정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와서 저 또한 앞으로 열심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건장어덮밥 정말 맛있었어요.

허브 제 요리를 맛보신 어떤 분이 “입이 열리고, 마음이 열린다!”라고 말해주셨을 때, 그 말 한마디에 울컥하더라고요. 갑자기 우승자로 불려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박수를 보내 주시는 순간, 소란 선생님과 파슬리님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정말 가슴 벅차고 눈물이 터졌어요. 올해 어떤 성취보다 깊은 감동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풀들, 내가 믿는 신념, 내가 배우는 선생님과 동료들이 내 옆에 있다는 든든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아, 요리는 말보다 더 빠르구나!’ 라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제가 그간 해온 고민과 배움이 요리 하나에 다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삶에서 퍼머컬처를 요리라는 예술로 풀어내는 일은, 정말 감동적이고 값지다는 걸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Q. 다음 채식요리대회 예비 출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준혁 즐기는 마음이 중요하겠네요. 밭을 가꾸고 계시다면 직접 재배한 작물로 만드시길 추천드리고, 허브나 들풀이 많다면 잘 활용해 보셔요.

허브 거창한 요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풀 한 줌으로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요리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진심이라 생각해요. 제철 재료, 내 손으로 고른 식재료, 그리고 나의 철학을 곁들이면 정말 향긋한 요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우리 곁엔 늘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밭, 누군가의 마음이 함께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소식]
제4회퍼머컬처네트워크대회
일시: 2025년 9월 12일(금)~14(일) 2박3일
장소: 영남알프스(울산 울주군 상북면 운문로 169-1)
세부 일정
️ 9월 12일
- 14시~ 18시 : 퍼머컬처 학교 30기 퍼머컬처 발표회 &수료식
- 19시~22시 : 퍼머컬처로 돌보장
- 19시~ 22시 : 퍼머컬처 네트워크 큰불 게더링
️  9월 13일
- 10시 ~17시 : 퍼머컬처 컨퍼런스 ‘가장자리로부터 자라나는~’
- 9월 13일 17시~20시 : 퍼머컬처 와일드푸드 축제 ‘풀 뜯어 먹고 살지~’
- 9월 13일 20시~22시 : 퍼머컬처 네트워크 축제
️  9월 14일 
- 10시~12시 : 퍼머컬처 컨버전스 ‘모두의 퍼머컬처’
- 14시~16시 : 퍼머컬처네트워크 제4회 총회  
제4회 퍼머컬처네트워크대회 참가 신청하러 가기
까미노학교 기후미식의길 생활 발효 & 양구 순례
어쩌다 양구에 귀촌한 우리들이 걸어온 길, 까미노. 그간 양구의 물과 공기와 농산물로 빚어온 자연 발효, 생활 발효, 기후미식의 맛을 나누며 까미노가 만난 양구를 안내합니다.
2025 퍼머컬처네트워크 하반기 주요 일정
○ 8월 29일(금)~30일(토) 퍼머컬처네트워크대회장 꾸밈을 위한 건축학교 
○ 8월 31일(일)~9월 11일(목) 30기 퍼머컬처학교 -영남알프스
○ 9월 12일(금) 14시 30기 퍼머컬처학교 디자인 발표회_아젤란리조트 교육실
○ 9월 12일(금)~9월 14일(일) 퍼머컬처네트워크 대회
○ 9월 14일(일) 14시 제4회  퍼머컬처네트워크 총회_아젤란리조트 교육실
○ 10월 12일(일) 퍼머컬처로 돌보장 <추수잔치>- 강화지부-미정
○ 10월 24일(금) 20시 새벽이생추어리 삽질단 사전교육
○ 10월 26일(토) 새벽이생추어리 삽질단
○ 12월 6일(토) 선물장-전환마을은평
○ 12월 16일(화)~12월 21일(일) 1기 퍼머컬처 활동가 학교(Permaculture Teachers Training)_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