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채식요리대회, 어떻게 출전하게 되셨어요?
준혁 지금 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참여 제안을 받아 나오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먼저는 요리대회라는 행사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철채소로 만든 비건요리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하기 때문에 출전하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어떤 음식을 가지고 나오실지 무척 기대되기도 했었는데요. 덕분에 많이 배웠답니다.
허브 단순히 요리를 잘해서, 잘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어요. 이름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허브처럼, 서울로 이사 와서 새로운 환경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데요. 비건이라는 말이 여전히 낯선 이 현실에서, '풀떼기'가 얼마나 맛있고 짜임새 있는 식탁이 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풀을 바라보고 만지고 요리하게 된 건 풀학교에 오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 출전이 조금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풀학교 동기분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용기를 내어 나가게 되었어요.
Q. 대회에서 선보인 메뉴들이 무척 인상깊었는데요. 이 메뉴들을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준혁 은평의 사회적기업인 ‘아빠맘두부‘를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야 했어요. 제가 준비한 메뉴는 비트후무스 두부 패티 오픈샌드위치와 컬리플라워 후무스 두 가지였습니다. 사실은 두부를 으깨고 딜을 넣어, 라비올리 만들어 세이지 비건버터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여 준비하지 못해 조금 아쉽습니다. 비트후무스는 막바지 비트를 활용하여 컬러풀하지만 비트 특유의 풍미는 살아있는 후무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두부패티는 동남아풍 레몬칠리소스로 두껍게 구워냈고요. 후무스가 소스의 역할을 하며 두부와 조화를 이루기를 기대했습니다. 컬리플라워후무스는 콩 없이 오로지 컬리플라워로만 만든 후무스인데요. 조리가 어렵지 않으니 다음 컬리플라워 시즌이 오면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허브 ‘비건 요리도 맛있고, 섬세하고, 누구나 먹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풀의 활용성, 재료, 맛, 창의성… 어느 하나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비건 장어구이 덮밥입니다. 두부에 김을 붙이고 구운 뒤, 간장 베이스의 깊고 짭짤한 올려 속세의 맛을 재현해봤어요. 단순한 모방이 아닌, 비건 요리와 허브가 내는 시너지와 정체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게 정말 채식이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순간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Q. 대회에 나간 소감은 어떠셨어요?
준혁 많이 떨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떨리더라고요. 놀랐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건 잘한 것 같습니다. 시식단 분들 몫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걸 몰라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마지막에 만든 음식은 다소 마음에 들진 않았어요. 다음에 출전한다면 좀 더 잘 준비하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나 우승자인 허브님의 수상소감이에요. 노력하는 자이자 즐기는 자인 허브님의 진심어린 소감을 들으니 저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할까요. 열정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와서 저 또한 앞으로 열심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건장어덮밥 정말 맛있었어요.
허브 제 요리를 맛보신 어떤 분이 “입이 열리고, 마음이 열린다!”라고 말해주셨을 때, 그 말 한마디에 울컥하더라고요. 갑자기 우승자로 불려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박수를 보내 주시는 순간, 소란 선생님과 파슬리님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정말 가슴 벅차고 눈물이 터졌어요. 올해 어떤 성취보다 깊은 감동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풀들, 내가 믿는 신념, 내가 배우는 선생님과 동료들이 내 옆에 있다는 든든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아, 요리는 말보다 더 빠르구나!’ 라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제가 그간 해온 고민과 배움이 요리 하나에 다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삶에서 퍼머컬처를 요리라는 예술로 풀어내는 일은, 정말 감동적이고 값지다는 걸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Q. 다음 채식요리대회 예비 출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준혁 즐기는 마음이 중요하겠네요. 밭을 가꾸고 계시다면 직접 재배한 작물로 만드시길 추천드리고, 허브나 들풀이 많다면 잘 활용해 보셔요.
허브 거창한 요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풀 한 줌으로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요리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진심이라 생각해요. 제철 재료, 내 손으로 고른 식재료, 그리고 나의 철학을 곁들이면 정말 향긋한 요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우리 곁엔 늘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밭, 누군가의 마음이 함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