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퍼머가 컬처여> [삽질단이 간다!] # 삽질단, 그것이 알고 싶다! # 준혁이 전하는 <삽질단의 첫 삽 뜨던 날> # 삽질단을 초대한 밭주인의 이야기 [호호의 카메라 인터뷰] # 수락을 찾은 스페인 MuM 가족 [앞으로의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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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부도 잘 안 한다는 삽질, 전국을 다니며 삽질로 숲밭을 만드는 사람들을 아시나요? 바로 퍼머컬처네트워크의 삽질단이죠. 연결과 네트워크의 힘을 믿으며 삽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밭이 뚝딱 만들어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삽질단은 작년 제15회 국제 퍼머컬처 대회에 참여했던 분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2025 퍼머컬처네트워크 탄소발자국기금이 지원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소란이 밝히는 삽질단의 정체와, 삽질단에 참여한 준혁의 체험기, 마지막으로 삽질단을 초대한 밭주인님들의 이야기까지 삽질단의 모든 것! 지금부터 함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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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안에 화제입니다. 삽질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소란 노동집약적인 일을 혼자 하다보면 되게 외롭고 힘들잖아요. 항상 퍼머컬처 수업을 하고 나면 개인 밭을 가진 분들은 굉장히 변화를 주고픈 욕구가 큰데 엄두를 못 내시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이 1년 내내 만들어야 하는 걸 공동체가 모여 하루만에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네크워크 내에서 두레나 품앗이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 이걸 네트워크 차원에서 고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그렇게 ‘삽질단’을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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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밭에서 삽질단 신청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소란 네~ 굉장히 많은 밭에서 신청을 하셨어요. 한 달 사이에 신청을 한 밭만 14곳이 넘어서네요. 그래서 이걸 저희가 다 할 수 없어 공식적으로, 지부별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멀리 이동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지부에서 신청한 단위들은 지부에서 조금씩 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얼마 전에 치러진 완주 빼꼼숲밭 삽질단도 전라지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신 케이스고, 앞으로 강화나 강릉도 지부단위로 삽질단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확장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반드시 네트워크 회원만 신청이 가능한 건가요? 소란 아니에요. 이미 신청하신 밭 중에서도 회원이 아닌 밭도 좀 있습니다. 우리 네트워크 회원의 밭이 아니라도, 생태거점이 아니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이익, 그러니까 공공성이라는 교집합만 있다면 말이에요.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안을 드려 같이 해보려고 합니다. Q 결국 삽질단도 네트워크군요! A 혼자 특이한 농사라고 할 수 있는 퍼머컬처를 하다보니 주변 시선이 곱지 않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밭은 하시는 분들은 다들 떨어져 있어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죠. 그러다 이렇게 한번 공동체에서 와서 와주면 힘이 난다는 얘기를 많이 하십니다. 결국 그 자체가 네트워크가 되고, 비슷한 농사를 짓는 분들끼리 또 계속 연결될 수 있고, 밭이 없는 분들께는 제2의 자기 밭이 생기는 셈이죠. 게다가 생각보다 잉여도 많이 남는 게 퍼머컬처잖아요? 그러니 삽질단이 다녀간 밭들이 이웃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으로 오픈되어 여러 행사 등 공유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대부분 공부모임 등 다양한 후속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Q 끝으로, 삽질단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있다면? A 음~ 삽질단은 우선 삽질을 잘해야 하고…. 밭주인은 맛있는 걸 빨리 내놔야 하죠. 삽질을 시작하고 10분 안에 막걸리를 주는 센스 정도를 갖고 계신 주인의 밭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삽질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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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대망의 삽질단이 첫 출동하는 랑랑숲밭이 있는 이천으로 향했습니다. 랑랑숲밭은 PDC 수료자 4인과 지역주민 3인을 포함한 7명의 공동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 면적 약 460평 중 300평은 이미 2년에 걸쳐 꾸준히 퍼머컬처 밭으로 조성해왔다고 합니다. 이번 삽질단이 작업할 곳은 냉이꽃이 만발해있는 약간 비탈진 황토흙밭이었는데요. 디자이너 구성원분들은 사전에 이 자리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하여 각자의 도면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이분들이 수석 디자이너가 되고 삽질단이 곳곳에 스며들어 원형밭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주 화창했던 어제와 달리 삽질단 당일에는 구름이 많고 아주 우중충했습니다. 오후에는 많은 비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삽질단은 도착하자마자 쉴틈도 없이 바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비가 오기 전에 삽질을 해야하니까요! 토마저씨와 저도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달려가서 삽질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습기를 머금은 황토흙은 비교적 삽질이 쉬웠습니다. 또, 이미 만들어진 설계대로 작업하면 되니까 수월하게 진행됐답니다. 밀가루로 도면을 그리고, 두둑이 될 자리의 냉이꽃은 뽑아내고, 농로를 삽으로 퍼 이랑에 부어주었습니다. 혼자서 했다면 엄두도 못냈을 작업을 이십여명의 사람이 힘을 모아 하니 순식간에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여러차례 밭만들기를 경험해보신 베테랑 이웃들이 도와주셔서 더욱 빠르게 만들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예고됐던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밭을 조성하고 난 뒤 내리기 시작했지만 많은 비를 맞으면서 작업하기보다 잠시 농막으로 피신하여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랑랑숲밭지기 분들이 준비해주신 음식과 따뜻한 국물,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며 잠시 피로를 풀었습니다. 예상치못한 비바람에 다소 추운감이 있었는데, 마침 적정기술을 활용한 로켓스토브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바로 난로를 피웠습니다. 작은 난로 사이에 옹기종기모여 체온을 나누니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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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쉬이 멈추질 않아 비를 맞으며 작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가 온 것이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비가 와주었기 때문에 박스와 볏단이 충분히 적셔질 수 있었습니다. 따로 물을 쓰지 않아도 빗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일이 줄어든 것입니다. 또, 빗물의 흐름을 보고 물길을 어디로 내야 할지를 결정하고 물이 고이는 부분을 즉석해서 메꿀 수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하니 더욱 신이나서 밭을 만드는 분위기였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해가 나면 해가 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하면 되더라고요. 온몸이 쫄딱 다 젖는 경험이었지만 우리가 언제 또 비를 맞으며 신나게 놀아보게 될까요?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경험을 선사해준 삽질단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앞으로 탄소농법으로 숲밭을 가꾸어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배우고 농사활동뿐만 아니라 삶을 나누는 서로 돌봄을 추진하는 랑랑숲밭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글쓴이] 준혁(@ogongfarm) / 농약, 화학비료 없이 삽과 호미로 다작물을 재배, 직거래 마켓에 나가는 김포 한강변 옆 작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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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단을 초대한 밭주인의 이야기 - 랑랑숲밭 좁쌀, 마노의숲밭 도깨비, 빼꼼숲밭 새공이 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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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단을 초대한 첫 번째 밭주인, 랑랑숲밭 좁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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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밭에 삽질단을 요청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좁쌀 랑랑숲밭은 공동체가 함께 배우고 가꾸는 퍼머컬처 숲밭입니다.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퍼머컬처를 처음 접한 초보들이라, 밭의 큰 구조를 잡고 생태적인 흐름을 만드는 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경험 있는 손길이 절실했습니다. 퍼머컬처에서 중요한 건 ‘함께 만들고, 함께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서가 아닌 품앗이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중 삽질단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삽질단은 퍼머컬처 밭을 함께 만들어주는 게릴라 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단순히 노동력을 지원받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밭의 의미를 나누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삽질단에 함께하자고 요청했고, 이 만남은 우리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Q 삽질단이 밭에 찾아 왔을 때, 삽질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좁쌀 비 오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의정부, 강화는 물론 강릉, 부산,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달려온 삽질단의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멀리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와준 그 마음 자체가 감동이었고, 서로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금세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어요. 특히 말삼촌이 챙겨온 말똥 퇴비와 밭의 적 풀을 안나게 해줄 제초매트는 랑랑숲밭에 꼭 필요한 자원이었고,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며 연장을 들고 움직이는 모습은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반갑고 든든했어요. 비가 오는데도 웃으며 땅을 파고 흙을 만지는 모습에서 생태적 전환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힘든 일도 유쾌하게 풀어내고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 속에서 단단한 신뢰감이 피어났고요. 삽질단은 생태적 실천이 어렵지 않게, 오히려 신나고 따뜻하게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Q 삽질단과 함께한 반나절,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좁쌀 봄비가 간혹 폭우처럼 쏟아지던 날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질을 멈추지 않고 흙을 파고 두둑을 만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숲밭과 하우스가 멀리 떨어져 있어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휴식 시간에도 다들 비를 맞아야 했지만, 그 와중에 함께 마신 술 한잔은 정말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비 때문에 몇 배는 더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 비가 서로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랑랑숲밭의 하우스는 없는 게 없는 보물창고 같았는데,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난로에 다 함께 젖은 옷을 말리며 몸을 녹였던 장면이 정말 따뜻했습니다. 활짝@해봄에서 협찬해준 막걸리를 따뜻하게 데워 나눠 마시던 순간은, 단순한 농사 일을 넘어 진짜 공동체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Q 삽질단이 밭에 다녀가기 전과 다녀간 후, 밭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좁쌀 460평이라는 넓은 공간 중 300평은 이미 퍼머컬처 디자인을 바탕으로 조성했지만, 나머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늘 고민이었습니다. 방향도 구조도 선뜻 잡히지 않았던 그 땅이, 삽질단의 손길을 거치며 점차 생명력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두둑이 생기고, 물길이 잡히며,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땅이 스스로 숨 쉬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흙의 결이 달라졌고, 그 위에서 작물과 생명이 자라날 준비가 단단히 갖춰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손봐야 할 공간이 남아 있지만, 이미 변화 중인 랑랑숲밭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언젠가 이 풍성한 밭에서 사람들을 초대해 팜파티를 열고 싶은 꿈도 생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이 밭을 ‘함께 만든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랑랑숲밭의 존재가 더 널리 알려졌고, 퍼머컬처 네트워크 안에서도 새로운 연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이 땅은 단순한 밭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과 손길이 켜켜이 쌓인 기억의 공간이자 관계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Q 나에게(우리 숲밭에게) 삽질단이란 ‘ㅇㅇㅇ’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좁쌀 나에게, 그리고 우리 숲밭에게 삽질단은 ‘다리’입니다. 우리 밭과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죠. 퍼머컬처를 처음 접한 공동체 구성원들도 삽질단과의 만남을 통해 그 정신과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밭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과 생각이 이어지는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삽질단을 계기로 퍼머컬처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났고, 랑랑숲밭도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만남은 끝이 아니라 더 깊은 연결의 시작이 되었고, 이후에도 이어질 소중한 인연의 다리를 놓아주었어요. 이 모든 마음을 담아,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나누어주신 삽질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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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단을 초대한 두 번째 밭주인, 마노의숲밭 도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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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밭에 삽질단을 요청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도깨비 2023년에 19기 퍼머컬쳐 디자인 과정을 수강하면서 마침 100여 평 남짓한 밭이 생겨서 배움의 과정을 쫓아가며 만들었습니다. 돌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그런데로 모양을 갖추어 갔는데, 작년 여름에 팔이 부러져 수술하는 바람에 밭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속만 태우는데, 단비 같은 삽질단 소식이 들려와서 신청했지요. 19기 수강할 때 동료들과 승합차 한 대에 삽과 호미를 싣고 전국에 밭을 만들자! 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거죠. 퍼머컬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게 아닐까요? Q 삽질단이 밭에 찾아 왔을 때, 삽질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도깨비 뭐라고 할까? 삽질단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아! 주인들이 나타났으니 이제 다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마치 어제 만나고 헤어진 든든한 오랜 친구처럼, 제 맘처럼 척척 움직이니 숲밭의 주인인 거죠. 삽과 호미, 장화와 모자를 챙겨서 세상을 뒤집을 듯한 기세로 달려 온 삽질단. 하하, 호호, 깔깔대면서도 눈빛으로, 온몸으로 삽질하니 금세 풀밭은 멋지게 변신했습니다. Q 삽질단과 함께한 반나절,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도깨비 점심시간에 근처 식당에서 식사한 후 휴식할 때였습니다. 커다란 둥구나무 아래에 모여 사진을 찍는데,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죠. 각자 다른 모습으로 흩어져 살지만 우리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구나,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구나, 나가서 뒤집고 갈아엎을 마음이 가득하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뭉클했지요. 요란하게 두둑을 만들고, 돌을 나르고, 간식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서로서로 손 보태는 그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삽질단이 밭에 다녀가기 전과 다녀간 후, 밭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도깨비 허물어져서 형체도 없었던 밭이 모양을 갖춰 볏짚 옷을 입고, 그 위로 허브류와 꽃들이, 고추와 가지와 토마토가 심어졌습니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멋진 숲밭이 될 채비를 갖춘 거지요. 둥글게 둥글게 여러 생명이 함께 모여 서로를 돌보고, 좋은 기운을 가득 뿜어낼 것입니다. 부지런히 정성을 다해 잘 돌보겠습니다. 그래서 충만하고 편안하면서도 나눌 게 많은, 다시 오고 싶은 숲밭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삽질단의 땀방울과 마음이 가득 담긴 풍성한 생명의 밭을 기대해 주세요. Q 나에게(우리 숲밭에게) 삽질단이란 ‘ㅇㅇㅇ’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도깨비 삽질단은 “둥구나무” 같은 존재랍니다. 예전에는 마을 입구에 커다란 둥구나무가 있었더랬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밖과 안을 연결하는 안내자이며, 동네 사람들의 쉼터이고 놀이터였죠. 여름날, 시원한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길 가던 나그네의 쉼터가 되고, 온갖 시름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따뜻하게 감싸 주는 할머니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가득 담아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정거장이기도 하고, 삶의 지혜와 기억들을 전해 주는 든든한 이야기꾼이기도 했다지요.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마음껏 먹고 마시고 흥을 내어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그런 존재, 바로 삽질단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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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단을 초대한 세 번째 밭주인, 빼꼼숲밭 새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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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밭에 삽질단을 요청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새공 논이었던 땅이라 전체적으로 뒤집고 물길을 내줘야 했습니다. 사람이 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어서 굴삭기 장비를 불렀죠. 그러던 중 네트워크 단톡방을 통해 ‘삽질단’이라는 활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PDC를 받기 전이라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신청을 망설였는데, 지역의 다른 분이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살짝 신청하게 되었어요. 본사업(?)에는 역시나 선정되지 않았지만, 소란과 이슬이 도움을 주셔서 삽질단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Q 삽질단이 밭에 찾아 왔을 때, 삽질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새공 딸아이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간식과 선물을 챙겨오느라 정확히 10시에 도착했는데, 먼저 오신 분들 표정이 ‘밭주인은 어디 있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는 얼굴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도 네 분이나 계셨고요. 생소한 얼굴도, 익숙한 얼굴도 모두 맑은 인상이었어요. 그리고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오신 분들이 계셔서 무척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처음에는 5명, 전날엔 10명쯤 와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총 17명이 모여 주셔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Q 삽질단과 함께한 반나절,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새공 후글컬처를 위해 두둑을 먼저 파고 나무를 넣었을 때, 밭의 모양이 확연히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또, 짚을 덮는 작업에서도 순식간에 변화가 일어나 인상깊었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간식을 먹으며 각자 자기소개와 생각을 나누던 시간이었습니다. ‘아, 이런 멋진 사람들이라서 기꺼이 무보수로 삽질을 하러 와 주시는 구나.’, ‘공동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감동에 취하고 술에 취해 하루종일 붕 떠 있던 밭주인은 횡설수설했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기꺼이 받아주신 우리 삽질단. 다음엔 더 재미난 일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어요. Q 삽질단이 밭에 다녀가기 전과 다녀간 후, 밭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새공 아직 PDC 교육을 수료하지 못해 밭 디자인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저만의 생각을 담고 싶었습니다. 꽃모양 연못인 ‘꽃피당’을 만들고, 그 연못에서 반 마지기 자급용 논까지 연결되는 구불구불한 스웨일을 만들었습니다. 스웨일 옆에는 나뭇잎밭도 조성했죠. 씨앗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씨앗 속에 우주가 있다’는 말이 떠올랐고, 이를 만다라로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머컬처 하면 떠오르는 ‘만다라밭’을 퍼머컬처 삽질단과 함께 만들게 되어 무척 뜻 깊었습니다. 그렇게 비로소 생명의 순환이 완성된 느낌이었습니다.
Q 나에게(우리 숲밭에게) 삽질단이란 ‘ㅇㅇㅇ’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새공 저에게 삽질단이란 **줄탁동시**입니다. 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퍼머컬처를 삶에 적용하면서도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공동체였습니다. 그런데 삽질단과의 경험을 통해 ‘왜 사람들이 공동체, 공동체 하는지’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안과 밖에서 동시에 두드려야 하는 것처럼 — 공동체를 동경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삽질단은 그 껍질을 함께 깨주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 존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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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의정부 수락 공동체에 특별한 손님이 왔습니다. 바로 대만 세계 퍼머컬처 대회에서 만난 스페인 가족, MuM Family! Mamen(마멘)의 M, Unai(우나이)의 U, Mirko(미르코)의 M을 따서 'MuM Family'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가족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부터 가족공동체의 연대가 느껴져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빠인 미르코의 일 때문에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고, 온 김에 퍼머컬처 밭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여 놀러온 마멘과 우나이를 만나 풀개미필름에서 촬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인터뷰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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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마멘 우리 가족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어요. 퍼머컬처 밭을 꾸리며 살고 있고, 건축가로서 학교에 퍼머컬처 놀이터를 설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호호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마멘 우나이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기 전, 올해 갭이어(Gap year)*를 가지기로 하면서 여러 곳을 여행하기로 했어요. 그 중 한 곳이 한국이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여행하며 퍼머컬처 공동체들을 방문하려고 해요! *갭이어 : 보통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위해 일을 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
호호 수락텃밭을 보셨는데,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마멘 사실 많이 놀랐어요. 오늘은 비가 와서 사람이 많이 없지만, 공동체 멤버들이 얼마나 이 장소에 애착을 가지고 꾸려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밭의 모습을 봤을 때, 기초 작업에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공동체 차원에서 차근차근 쌓아왔던 많은 일들이 보였어요. 에너지가 느껴져요.
호호 퍼머컬처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퍼머컬처 시작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마멘 원래 우리는 도시에 살았는데, 우나이가 태어난 후, 리버풀에 갔다가 퍼머컬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 바르셀로나에서 터전을 마련해 10여년째 땅을 일구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죠. 우나이 저도 지금은 저만의 작은 정원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 지역은 많이 건조해서 물을 모으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여기와 같이 큰 정원을 만들 수는 없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크게 만들었어요. 마멘 물 사용이 항상 고민이에요. 우리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한 방울의 비까지 모으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모든 지붕마다 물을 모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현재는 3개의 물탱크가 있고, 건식 생태화장실을 사용하며 물 사용량을 많이 줄이게 되었고요.
호호 MuM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마멘 무엇보다 탄소발자국을 최소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그렇듯이 완벽할 순 없지만 최대한 시도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도시와 현대 사회의 문화와도 너무 단절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런 것들이 어렵지만 노력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호 앞으로 한국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마멘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했고, 총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자전거 여행을 할 예정이에요. 아마도 2주에 걸쳐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것 같아요. 양산에 있는 화제초등학교에 가려고 해요. 큰 자전거 도로를 따라 캠핑을 하며 내려가는데, 가는 코스의 중간중간 퍼머컬처 공동체가 있다면 가보고 싶고요. 우리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기대가 돼요!
[글쓴이] 호호 /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욕망의 생태주의자.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수락 인과의숲 공동체에서 활동 중입니다. 풀개미필름에서 영상을 하고 있고, 취미로 자연물 공예를 합니다. 요즘은 생태건축에 빠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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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금) 퍼머컬처 투어 버스: 강화지부 퍼머컬처 생태거점 투어 ○ 7/12(토) 제2회 밭두렁퀴어컬처축제 in 의정부 수락텃밭(기획단 모집 예정) ○ 8/30(토)~9/12(금) 31기 PDC 영남알프스 퍼머컬처디자인코스 합숙과정 ○ 9/12(금)~14(일) 퍼머컬처 네트워크대회 & 퍼머컬처네트워크 4회 총회 in 영남알프스 ○ 9/29(월)~10/5(일) 퍼머컬처 교육자 양성과정(Teacher training) 몽골 재야생화 프로젝트 ○ 10/12(일) 수락텃밭 오픈데이&퍼머컬처로 돌보장-의정부 수락텃밭 ○ 12/3(수) 전환마을은평 10주년 기념: 퍼머컬처로 만드는 전환마을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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